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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mm

그랬으면 좋겠다






































유통기한이 몇 년은 지난 오래된 필름이기도 했고 필름을 감을 때 평소완 달리 소리가 약간은 묘해 영 개운치 않기도 했던 것이 자세히 보니 사진에 손으로 그은 오선 같은 스크래치가 주욱주욱 그어져 있다. 그래도 좋다. 필름은 단점도 장점이 되게 한다.

디지털 사진이 그랬다면 이런 개똥 같은 니콘 하면서 노발대발했을 테지.


반년 이상 사진기 안에 묵혀둔 필름을 해방해준 지난 수요일.

늘 그렇듯 필름 사진을 보면서 나의 첫 감정인 좌절을 느꼈고. 그 후 자괴감으로 여지없이 이어졌지만,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며칠 지나고 찬찬히 살펴보면, 또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보면 애착이 많이 가는 건 나의 허접한 필름 사진이라는 점이다.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다. 쓸데없어 보이는 단점을 장점으로, 오랜 시간을 애착으로 함께 말이다.





+ 서교동 어느 카페에 내린 비가 여름비였을까 가을비였을까.

+ 나는 오늘 너무 놀란 나머지 사진기를 떨어뜨릴 뻔했다. 내가 이렇게 놀란 게 얼마 만일까.

+ 우리의 관계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