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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 Jovi 꿈꾸고 동경하는 나만의 벨에포크는 결코 체험할 수 없었던 80년대다. 영화나 드라마 등의 화면에서 비치는 80년대의 모든 촌스러움을 사랑했다. 이를테면 디스코장 로라장과 편지로 전하는 촌스러운 고백 같은 것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즐겨 듣는 음악들이 온통 그 시절에 뭉쳐있기 때문이다.아직도 본조비를 가장 아끼는 가수로 손꼽는 이유는 바로 그 음악들을 최초로 접할 수 있게끔 연결해준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80년대 쏟아져 나온 긴 머리와 곱상한 외모의 헤어메탈(LA메탈 혹은 팝메탈로도 불리는) 음악들은 적당히 대중적이고 락이라는 장르가 지니고 있는 폭발적인 사운드도 잃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친숙하게 다가가기 좋았다. Dream Theater의 전집을 구매하기 전까진 언제나 본조비의 음반을 가장 많이.. 더보기
바람 일 년 전 제주에 왔을 때는 지금 제가 봐도 안 믿길 정도로 머리카락이 길었답니다.이마와 등에 가득 땀을 흘리며 의외로 힘들게 오름에 올라(흰 바지라니. 이미 옷차림부터 오름을 오르기엔 꽝이었지요.) 바람을 맞닥뜨렸을 때의 행복감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지요. 마라도를 이해하려면 섬에서 태풍을 직접 경험해보아야 한다고 누군가 그럽디다. 마라도뿐이겠어요. 바람을 빼놓고 제주를 이해할 순 없습니다.오늘 제주의 해안을 따라 한 바퀴 길게 돌면서 예전에 길었던 머리카락을 조금 그리워했답니다. 바람이 불었거든요. 내가 가진 것 중에서 바람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것은 머리카락이고 머리카락의 길이는 왠지 자유의 척도인 것 같습니다.머리가 길면 자유롭다니. 사실 말도 안 되는 생각입니다. 개똥 같은 거죠... 더보기
과연 이탈리아의 대구라더니 한여름 피렌체의 기온은 37~8도까지 예사로 치솟았다. 문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땀을 비 오듯 흘리고 고작 삼십 분만 걸을라치면 온몸 구석구석 곤죽이 되어버리니 이 뜨거운 계절에 인간이 아름다움을 유지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러나 이 불볕더위 속에서도 꿋꿋이 꽃을 피워내는 식물이 있다. 이탈리아의 여름을 견뎌내고야 마는 꽃들은 아름답기 전에 기특해 보인다. 토요일, 일요일. 정말이지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들었고 멘탈은 파도처럼 부서졌지만, 그래도 값진 꽃 한 송이 피웠음을 위안 삼으며 이제 깊은 잠 자련다. 비가 사뿐히 내리는 제주의 밤은 지극히 고요하고 평화롭다. 지금을 기억하고 싶다. 더보기
나의 겨울 "네가 오지 않았으므로 눈(雪)은 와도 오지 않는 것이다." - 시인 김지원 "네가 오지 않았으므로 눈(雪)은 와도 오지 않는 것이다." 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나의 겨울이 그랬다. 멀어진 애정에 사로잡혀 그리움이 눈처럼 쌓인 겨울은 온통 흐리게만 보였다. 나의 겨울이다. 더보기
안부 본가에서 닷새를 머물다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니 나름 집을 꽤 오래 비운 셈입니다. 쌓여있는 일거리에 대한 걱정이나 부담이 클 줄 알았는데 꼼짝달싹할 수 없는 남도 행 버스 안에서는 다른 상념만이 머리를 가득 채우더군요. 주로 그리움에 관한 상념입니다. 이제는 영영 붙잡아 둘 수 없는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나 지나간 인연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존재만으로 빛나던 때가 있었으나 이제는 먼지 같은 꿈에 대한 그리움들이 심야버스 창가에 서리는 김처럼 걷잡을 수 없이 퍼져갑니다.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요? 우리는 늘 현재의 행복을 알지 못하고 살아가지만, 그리워하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을 수 있는 사소한 존재지요. 이것은 매우 다행한 일입니다. 나는 그리움이 없는 메마른 삶을 상상도 할 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