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만나야 한다

미라수 2011. 11. 6. 04:56




언제부턴가 “만나야 한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음악과 사진에 빠지게 됐을 무렵 항상 가까이서 얼굴을 맞대었던 친구들이나 가족 혹은 지인들이지만, 그들과의 취미 공유는 늘 힘들었다.
06년. 그래서 시작하게 됐다. 블로그란 것을,,
 

네이버 블로그를 일년 정도 하다가(사람을 유인하다가) 언제부턴가 방문자 통계에 흥미를 더 이상 느끼지 못하면서부터 이제는 되려 숨고 싶어 한적한 곳을 찾아 옮겨 온 곳이 지금의 티스토리이다. 
 

블로그를 시작할 때 누굴 실제로 만나리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도, 하지도 않았었다. 그저 이 무한한 공간에서 음악을 나누고 가볍거나 때론 무겁고 진중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함께 기뻐하고 위로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했었다. 
 

06년 초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육 년을 채워가는 지금 돌이켜 보면 스쳐간 수 많은 사람들 중에서 결코 가볍지 않았던, 꽤 깊은 것들도 나눌 수 있었던 그런 만남들이 열 번 정도 있었던 것 같다. 가장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지금은 조금 긴 휴식을 취하실 뿐 언젠가 다시 모습을 보여주시리라 믿는 마르뜨님을 시작으로 기린아형, 하루누나, 솔샤르형, 유디케이님, 써니님, 팝퍼삼춘, 질들레즈님, 티스토리로 건너와서 알게 된 필그레이누나.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특별했던 듄님…


만나야 한다는 막연하면서도 간절한 생각을 하게 된 건 블로그를 한지 3년이 조금 넘어서부터였던 것 같다. 아는 것이라곤 닉네임밖에 없는 이웃들이었지만 짧은 댓글, 댓글들이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지면서 쉽게 떼버릴 수 없는 무언가의 관계를 형성해 주었고 어느 때부턴가는 웬만한 친구나 지인들보다도 소중한 존재로 인식이 된 그들이었다. 사교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나지만 비록 온라인 상이라도 내 사람이다 싶으면 그렇게 정이 갈 수가 없다. 이웃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지 간에 내가 바라보는 저들은 내게 매우 소중한 존재가 돼버렸기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이웃을 잃는 다는 것은 큰 슬픔과 오랜 아쉬움이 뒤따르는 일이었다. 

이제는 트윗을 통해서든 다른 무엇을 통해서든 여러 방법으로 오프라인에서 쉽게 만나고 또한 첫 만남이 마지막 만남인 경우도 비일비재하여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대한 내성이 생겨버렸지만,  “만나야 한다.”라고 생각을 하게 된 건 그래야만 작별 인사도 없이 허무하게 사람을 잃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실제의 모습에 대한 호기심은 말할 것도 없었다. 내 머릿속에 그려져 왔던 이웃과 실제의 이웃은 동일한 느낌일까?... 게다가 주위에선 찾기 힘든 많은 비슷한 관심사들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만난 첫 이웃은 군시절 첫 정기 휴가를 받아서 나와 본 기린아형이었다. 전역을 하고 작년에 다시 서울에 올라온 후 필그레이 누나와 하루 누나를. 한달 전쯤에 개인적으로 유일하게 진짜 파워블로거라 생각하는 솔샤르 형을 봤다. 그리고 오늘 오랫동안 고대하던 듄님을 드디어 뵀다. 
 

내 생애 가장 특별한 선물은 단연 군시절에 받은 세 개의 목걸이. 아마도 이후로도 이와 같은 특별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선물은 없을 것이다. 그저 인터넷 상으로 사진만 몇 장 봤을 뿐, 만난 적도 없어 목소리를 들은 적도 없어 심지어 이름도 모르는 분께 그 힘든 군대에서 편지와 목걸이라는 선물을 받았으니…


수년째 조용한 블로그에 꾸준히 방문해 주시고 꼬박꼬박 댓글을 달아주시는 듄님은 역시 생각했던 것처럼 소녀 같은 분이셨다. 

트윗을 통해서 오프라인에서 보게 되는 사람과 블로그를 통해서 보게 되는 사람들은 확연히 다르다. 몇 년씩을 알아왔던 블로그 이웃들과의 첫 오프 만남은 그저 계속 이어져 왔던 오랜 대화의 연속인 것만 같다. 오랜 친구인 마냥 신기할 정도로 자연스럽고 편하게...

블로그든 트위터든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되어 실제로 만난 분들이 마흔 명 정도 되는데, 그 모두와 첫만남부터 형, 누나, 동생 하며 말을 편하게 해왔지만 듄님만큼은 예외라고 생각했었다. 여전히 그리고 유일하게 듄님만의 성함을 모르지만, 사실 이분만큼은 늘 변함없는‘Dune’님일 것이고 그것으로 충분하리라. 
 

오랜 온라인 상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 많이 웃었고 만남 자체만으로 큰 위로를 얻었으며 반년 전쯤 도무지 알 수 없었던 누군가로부터의 기프티콘 세 장이 바로 듄님이 보내주신 것임을 알게 됐다. 참… 너무 감사했지만 왠지 모르게 속은 느낌?ㅋㅋㅋ
 

며칠 뒤숭숭했던 마음이 안정되고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와 그에 대한 목표를 다 이룬 듯한 생각까지 든다.ㅎㅎ 블로그를 통해, 온라인을 통해 이런 소중한 이웃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생각에 지금도 행복하고 뿌듯하기만 하다. 앞으로 또 어떤 만남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 )






온라인이라는 공간도 실제와 똑같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통하는 공간인 거 알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소중한 당신들, 어느 날 영영 떠나겠다해도 붙잡지 않을 테니 
다만 마지막 인사는 꼭 나누었음 좋겠어요. 가장 밝은 모습으로...^^ 

 




Dream Theater / Surrounded(2008 Chaos In Motion Tour) 
듄님을 알 수 있게 해준 Dream Theater와 그들의 Surrounded를 듄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