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광장에서의 생각들,,

미라수 2011. 11. 25. 03:48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가 아니라 그냥 완전 어려워요.
맞고, 틀리고를 나눌 수 있을까요?
그렇게 양분 할 수 있을까요? 또 꼭 그렇게 양분해야만 할까요?
사람이 내리는지라 절대로, 영원히 정답은 없을 거에요. 다만 최선이 있을 뿐…

집회 현장에서 든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들을 용기를 내 올려봅니다.(나 사실 이런 좀 정치적으로 민감한 글 무섭단 말이야,,)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저만의 결론을 내렸죠. 그렇게 생각만하고 편안히 발 뻗고 있는다면 두고두고 스스로에게 부끄러울 것 같아서 FTA가 통과 되기 전엔 여의도로, 이번엔 광장으로 나갔다 왔어요. 분명 잘못된 것과 그에 대한 불만을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선 수많은 이들이 거리에 모여 외쳐야 할 필요가 있죠. 보아라. 이렇게 많은 우리들이 인정 하지 않는다. 분노하고 있다. 그런데도 어쩜 그렇게 할 수가 있냐? 어필을 해야 해요. 

많은 이들의 자유발언도, 몇몇 가수들의 노래 공연도 끝나고 아홉 시쯤 되니 이것으로 오늘 집회는 마치겠다고 하더라구요. 가진 신발은 죄다 스웨이드라 물대포에 대비하여 가죽으로 된 컨버스를 신고 나갔어요. 결정적인 실수였죠. 발가락이 깨지는 줄 알았거든요. 어찌나 어그부츠란 것을 신고 싶던지,, 이제 집에 가도 되는구나 해서 광장을 빠져 나오려는데, 사실 이제부터 시작이었어요. 그 많은 군중들은 광장을 벗어나 을지로 쪽의 대로를 향하고 대기하고 있던 수백의 경찰들을 차량을 되돌려 보내고 바리게이트 치고 끝이 안 보이는 대치를 시작 하는 거죠. 그 때 참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대중을 지혜롭게 이끌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간디와 같은 구심점이 필요하지 않나. 

이곳 저곳에서 올라온 수많은 조직들을 포함해 저마다의 이해관계들이 이 광장이란 곳에서 상충할 수도 있겠더라구요. 분위기를 절대 부정할 수 없어요. 목소리가 커지다 보면 흥분하게 되고 크고 작은 사고가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죠. 목청으로 싸우다가 폭력이 발생하면 결국 골만 더 깊어져요. 같은 뜻, 혹은 비슷한 방향의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어느 순간, 어 저건 아닌데 하면서 반감이 생길런지도 몰라요. 아니 트위터의 타임라인들만 봐도 그게 느껴져요. 반대는 그렇다 쳐도 방법이 불법 아니냐고 누군가 외치면 다른 한쪽에서는 매국노를 눈감아 주는 것이야 말로 더욱 잘 못된 거 아니냐며 응수를 하죠. 매국노,, 매국노,, 표현이 많이 거칠어요. 정말 친일파와 같이 나라를 팔아 먹으려고 이렇게까지 할까 싶지만, 분명 그들과 가진 자들을 위한 부분이 크다고는 생각해요. 그러나 정말 거친 표현임은 부정할 수 없죠. 이런 거 하나하나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게 될지 모르겠어요.

방송 3사와 조중동 보수 언론 들, 참 비겁하죠. 경찰을 방패 삼아 경찰차 위에 올라 그저 군중들의 난폭한 사진들만 찍어대고 기사로 보내 편향적인 부분들만 보여주니 더욱 꼴 보기 싫죠. 그렇다고 장대로 사진기들을 때려 부수려고 하는 것도 그다지 효과적인 복수 방법은 아닌 것 같아요. 기자에겐 몸과 같은 장비들을 마구잡이로 내려 치는데 기사가 우리에게 호의적일 수 있을까요? 이 역시 좀 아닌 것 같더라구요. 

물론 말이죠. 어느 정도는 거리로 나오고 뭘 불에 태우는 등 이목을 끌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할 때도 있다고 봐요. 그런데 지금과 같은 대응으로는 우리나라 정부가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다는 건 지난번 촛불 때 이미 증명 됐잖아요. 어떤 게 지혜로운 방법일까요? 

경찰도 물대포를 쉽게 쏘지 않아요. 터뜨리면 걷잡을 수 없지만 그 전까진 최대한 오랜 시간 버티고 있죠. 이 추운 날 똑 같은 사람인데 무자비하게 물을 뿌려대며 쫓아내고 싶어할까요? 몇몇 군중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해요. 우리는 집회 끝내고 돌아가려 하는데 오히려 경찰들이 길을 막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사실 그렇지도 않아요. 분명히 광장을 벗어나 대로로 나오기 시작했죠. 만약 경찰이 길을 내준다면? 그대로 도로를 점령한 채로 어디 저 명동까지 갈까요? 오히려 경찰이 막아주길 바라는 군중들의 심리가 있지 않을까요? 계속 외칠 수 있는 어떤 장벽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장벽 앞에서 맘 편히 외치다가 몇 시간 고민한 경찰은 물대포를 쏘고(사실 고민 할 것도 없이 이런 날씨에 물대포는 그냥 폭력이죠.) 그럼 그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나 여러 매체들을 통해 접하는 수 많은 사람들은 분노에 휩싸이게 되고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은 채 골만 점점 더 깊어져 가는 게 아닌가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요. 

아홉 시에 집회가 끝나면 문자 그대로 평화롭게 다들 집으로 들어가 편히 쉬고 그 다음날 다시 또 외치고 서로 커다란 마찰 없이. 대신 꾸준하게 오랫동안.. 우리는 특히나 막 타올랐다가 한순간에 꺼져버리잖아요. 미친 듯이 분노하다가 금방 잊어버리면 뭐 하나요. 지금의 분위기로 투표를 한다면 FTA든 비공개 날치기에 대한 반감으로 한나라당의 절반은 떨어져 나갈 수 있을 것 같지만 한 달, 두 달 지나고 내년 총선 때가 되면 그 땐 또 어떤 분위기가 될지 모른 다고 생각해요.
 
직접 가서 본 광장은 불과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자유발언대에 정말 일반적인 학생, 주부 등이 나오면 전 참 좋은데, 어느 노동, 운동권 조합에서 올라온 어떤 이의 능숙하고 유려한 외침은 전 솔직히 거부감이 들어요. 선동가,란 생각이 덜컥 들어서 일까요? 함께 반대하는 입장에서 봐도 그 주장이 매우 격하고 극 편향적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 다른 시각으로 보는 이들은 북한의 지령을 받고 선동질 하는 무리들이네 간첩이네 이런 말을 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추위에 바들바들 떨면서, 입으로는 명박 퇴진을 외치면서도 위에서 말했듯 인도의 간디와 같은 존재를 더욱 깊이 바라는 시간이었다고나 할까요? 

평화적으로 외치고 질서 정연하게 돌아 간다면 보수 언론도 조금은 누그러지지 않을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이끌어 줄 수 있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리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자발적이건 또는 비자발적이건 촛불 집회에도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광장에서 말로 설명하기 힘든 어떤 불안함을 느꼈거든요.  

4.19처럼 6월항쟁처럼 수백만 명이 쏟아져 나와 외칠 수 있다면, 그럴 경우엔 경찰을 뚫고 청와대 앞으로 가 밀려 정권이 스스로 퇴진할 수 있게 한다면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의 FTA는 안타깝게도 양쪽으로 극과 극을 달리고 그 가운데에서 어느 쪽에 서야 할지 망설이거나 관심이 없는,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요. 즉 전자들과 같은 범국민적인 공감은 아직 못 얻고 있다는 거죠. 가운데 있는 이들에게 상대를 욕하며 무조건적으로 설득하려 들거나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쉬워요. 어떻게든 전도하려 들고 예수 천당 불신 지옥 피켓 들고 있으면 거부감 들잖아요. 비슷한 거라고 봐요. 이럴 때일수록 어느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은 사실에 근거한 중립적인 언론이 간절한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죠. 아,, 너무 어려워요. 정말..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어떤 방법이 최선인지 정말 모르겠어요. 

이명박 정권을 욕하기에 앞서 그를 뽑아준 우리 모두의 잘못이고 그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을 해요. 나는 투표 안 했으니,, 이런 말은 그저 변명일 뿐이에요. 투표 안 했으니 대통령으로 인정 안하고 그가 내린 결정은 무조건 따를 수 없고,,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못 살죠. 법이 법 같지 않은 세상이지만 엄연한 법치 국가거든요. 소크라테스를 자기 자신처럼 아꼈던 크리톤이 간곡히 탈옥을 권유했어도 소크라테스는 결코 죽음을 피하려 들지 않았어요. 국가가 때론 정의롭지 못하고 비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해요. 그러나 이 세상엔 절대 완벽한 국가나 어떤 체제가 있을 수가 없어요. 감히 절대를 붙이네요. 욕심을 가진 불완전한 인간이란 존재가 이끌어 나가기 때문이죠. 그러나 보다 더 나은 세상으로 발전해 나가든 아니면 더욱 어두워 지든 이 역시 인간의 손에 달려있죠. 그러니깐 지금의 감정과 분위기를 꺼뜨리지 말고 오래도록 이어나가 총선 때 그리고 대선 때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하지 않겠어요? 강경하게 밀어붙이려 들다 자칫하면 역풍을 맞고 제풀에 일찍 지쳐버리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돼요.

아무튼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며 언제 날아들지 모를 물폭탄 세례에 당하지 않기 위해 우의를 입으며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있는 우리네와 우리를 막는 어린 전경들. 모두 짠~ 하더라구요. 안타깝고,, 휴,, 그저 따뜻한 파란 기와 집에 앉아 있는 사람과 노란 무궁화 뱃지에 목숨 거는 사람들 때문이지 명령을 따라야 하는 경찰이 무슨 잘못이겠어요.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우리들이 왜 이렇게 매일 추위에 떨어야 하나요. 누군들 이러고 싶어서 이 추운 날 이렇게까지 모여 외치겠냐고. 

현장에서 나름대로의 머뭇거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시간 날 때마다 나가서 저들과 함께 외치려고 해요.
제 스스로에게 그래야 할 시기인 것 같아요.  
아무튼 제게 지혜를 나눠주세요.

오늘은 많이 지치고 춥네요.
이만 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