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mm

쓰레기

미라수 2011. 12. 8. 03:16






모으고 아낄 줄도 알아야 하나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버릴 줄 아는 것이다.



쓰레기들을 한데 모아 버리며 그녀에게 말하곤 했다. 사람은 버릴 줄을 알아야 해.



때론 사람도 버려야 할 때가 있는 거다.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면 말이다. 물건들이야 조금은 쌓아 두었다 한번에 모아 버려도 되지만 사람을 버리는 때를 놓쳐선 안 된다. 그렇지만 버리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하찮은 물건들도 집착하여 끝끝내 어딘가에 처박아 두는데 사람이야 오죽하겠는가?
버리는 것이 매우 어려운 까닭은 욕심 때문이다. 책상 위를 굴러다니는 부질 없는 것들이 다 내 욕심이다. 홍콩에서 사온 콜라병도, 노무현이 그려진 종이컵도. 몇몇 와인의 코르크와 필름통 속의 고무줄들도 겹겹이 접혀 쌓인 안경닦이들과 어디선가 받아온 후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포스트잇도 그저 욕심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이루지 못했던 것들일랑 아쉬워하지, 실망하지 말고 일년간 쌓아둔 욕심덩어리들이나 잘 모아 버리면 그것으로도 의미 있는 한 해의 마무리이지 않을까.. 




그녀는 날 버리지 못해 더 큰 상처만 나눠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