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mm

시골버스

미라수 2012. 1. 8. 22:46






어느 때부턴가 할머니 댁 농장으로 갈 때면, 삼촌이나 작은 엄마께 터미널로 데리러 오라는 전화를 하지 않고 군내버스를 타고 간다. 읍내에서 농촌, 산촌, 어촌 구석구석으로 출발하는 군내버스 안처럼 시골의 풍경, 정을 오롯이 담은 곳도 찾기 힘들다. 
 
오랜만이오. 장보고 오셨소? 요즘 몸은 좀 어찌요? 
 
투박한 싸구려 선글라스를 쓴 버스기사 아저씨의 약간은 퉁명스러운 어투의 인사말들 속에는 겉과 다른 따뜻한 관심이 담겨 있다. 어쩜 그렇게 모르는 손님들이 없을까? 할머니들은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동전들을 꺼내 버스 비를 세신다. 간혹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쿨하게 “그냥 타쇼.” 라고 버스 안으로 들여 보내는 기사아저씨다.
 
서로 같은 동네에 살건 그렇지 않건 시골 버스는 늘 어르신들의 대화로 시끄럽다. 무슨 그렇게 참견한 거리들이 많은지 모르겠지만, 묵묵히 창 밖만 바라보거나 귀에 이어폰을 꼽고 눈을 감고 있는 도시의 버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인간성이 그곳에는 있다. 
 
무시무시한 시골 버스의 질주. 사방을 둘러싼 황토 밭. 인적 없는 고요한 시골길을 천천히 걸으며 농장으로 향하는 순간의 소중함 때문에 매서운 바람이 불던 어느 겨울날에도 주저 없이 버스에 올라탔다. 
 
따스한 오후의 빛과 같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