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stralia #01 Perth
엄마가 그랬다. 부자는 재물이 사람이지만 잘 사는 사람은 추억이 많은 사람이라고...
정리는 완벽했으나 아무런 준비 없이 비행기를 탔다. 휴대폰 해지 절차도 숙지하지 않고선 한국을 떠나왔다. 퍼스에 도착하면 당장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곳까지는 어떻게 갈 수 있는지 아무런 정보도 생각도 없었다.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을 뿐.
작년에 타려고 했던 비행기였다. 그러나 반드시 떠나려고 마음먹었던 그 때, 나는 절대로 두고 떠날 수 없는 한 사람을 만났었고 비록 긴 시간은 아니었으나 누군가와 그리 사랑해본 적이 없었다. 시간은 흘러 처음의 열정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그리움만 남은채 여름의 폭우와 함께 사랑은 끝이났다. 그리고 한달 전, 기어코 비행기에 올라탔다.
환승 대기시간이 길어 광저우 공항 밖으로 나가 무엇이든 좋으니 밥 한끼 먹기로 계획을 세웠었다. 광저우는 24시간 내에 비자 없이 스테이 퍼밋을 받아 공항 밖으로 나갔다 올 수 있다. 후텁지근한 남방의 열기에 지난 여름 베트남 생각이 떠올랐고 이내 씁쓸해 진 것은 아마도 꽤나 힘든 시기였기 때문이리라. 나중에 와서야 길거리의 면요리를 먹는 게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어찌됐든 꽤나 비싼 밥 ‘한끼’를 먹겠다는 목적은 달성했으니 그걸로 됐다.
신기한 일이지. 광저우에서 퍼스로 갈아타는 비행기가 연착된 틈을 타 그제서야 부랴부랴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하며 당장 머물 수 있는 백패커스 등을 검색하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등뒤에서 “혹시 퍼스가세요?”라고 물어왔고 한 달이 지난 지금 난 그의 집 한구석 침대 위에 엎으려 지나간 일들을 되새기고 있는 중이니...
“하늘 참 파랗다.”
“너무 예쁘다.”
퍼스에 발을 딛고 내뱉은 첫 소감이다. 두 번째는 ‘크다’였다. 공항 검색대 앞을 지키고 있는 경찰들의 직업 특성상 그들의 신체가 건장한 건 당연했지만 낯선 땅이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내겐 압도적으로 다가왔다 나무도, 사람들의 키도, 건장한 남성의 팔둑도, 여성의 가슴도, 경찰이 타는 말도, 심지어 지나가는 개도 모조리 컸다.
가는 곳곳마다 나무들이 풍성하고 잘 정돈된 잔디가 깔려있었다. 집들은 여유로우면서도 질서 정연하게 세워져 있다. 잘 실감이 되진 않았지만 이곳은 사진으로만 보던 호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