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그날
미라수
2012. 7. 31. 00:38
그날로부터 네 계절이 지나간다. 그동안 나는 살이 조금 빠졌으며 수염은 덥수룩해졌다. 빨간 모자는 마지막으로 그녀를 보기 위한 구실이었으나 차가운 물품보관함에 놓여 있었고 나는 여전히 머쓱하게 쓰고 다닌다. 잊혀지기는 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하리만큼 선명해진다. 가끔은 그리움이 밀려들기도 하지만, 보고 싶은 것과 그리움은 전혀 다른 것일 테지. 그리움의 대상도 지금의 한 사람이 아닌 과거의 기억일 것이다. 쉽사리 매마르지 않을 이러한 감정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도 어쩌면 축복일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