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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518 그날



해괴한 세상이다.
어느 날 호텔에서 알바를 하는데 결혼식에 전두환이 수많은 경호원을 대동하고 하객으로 왔다. 내가 알기론 가끔 오는 손님 중 하나인 김영삼 전대통령도 모든 하객과 동일한 호텔 의자에 앉는데 유독 전두환에게만은 따로 소파를 내다 주어야 한다. 열명이 둘러 앉아 밥을 먹는 라운드 테이블에 자기 혼자 소파를 가져와 밥을 먹는 꼬락서니. 참 우습다. 수많은 시민들을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죽게 만든 장본인의 오만 가득한 웃음을 볼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구쳤다.

쥐박이대통령은 3년째 올해 518에도 가장 바쁜 업무를 하고 계신가 보다. 한강이 죄다 흙탕물이 돼서 집무실에 틀어박혀 참모진과 어떻게 하면 여론은 틀어 막을지 노심초사하느라 바쁘신가? 정말 돌 맞을 것이 두려워서 인가? 그 부분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남도사람들이 입이 거칠어 험해 보여도 팔도 중 가장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시간은 흐르며 역사는 잊혀지는 듯, 썰물처럼 군중들은 무심히 자신의 길만 걷고 있지만 어디선가 하나씩 피어 올리는 불빛에 낙담하지 않고 나 역시 작은 불을 피워 조용히 그날을 기리겠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