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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짝퉁 가방





아픈 이들을 위로하느라, 지난 여름을 블로그에 새기느라 시간을 보내다 동틀 때쯤 잠들었다가 한낮에 깼다. 학교로 가기 위해 허겁지겁 씻고 옷을 고른다. 

'오늘은 왠지 가을 산을 오르는 기분을 내고 싶어.'

마냥 걸으며 사진을 찍기 위한 길을 나설 때 늘 내 발을 편하게 해주는 노란 운동화를 신고 베트남에서 짐이 많아져 꼭 사야만 했던 짝퉁 주황색 노스페이스 가방을 한국 와서 처음으로 맸다. 

짝퉁인 내 가방은 나부터 시작해서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뿐더러 알지도 못 할 것이다. 명품으로 둘러도 짝퉁 의심을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짝퉁을 걸쳐도 명품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이 있다. 
달랑 가방 하나 덕에 바탕이 아니라 속이 제대로인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등굣길에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