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가 김제동이 우리 학교에 와서 강연을 한적이 있다. 3년 동안 채플수업시간에만 이용했던, 늘 적막감이 감도는 차가운 공기 속의 강연장의 분위기를 두고 봤을 때 떠들썩한 함성과 찢어지는 웃음으로 강연장을 뒤집어 놓은 전무한 인물이 아닐까 싶었다. 수 많은 학생들의 배꼽을 잡게 만든 그러한 (겁나게 부러운)능력의 원천은 도대체 어디 있을까?
아무튼 학생들의 웃음과 눈물을 짜냈던 김제동의 강연에서 여전히 잊을 수 없는 말 딱 한마디가 있다.
“여러분 투표하십시오.”
그는 강단 위에서 무릎을 꿇고 기성인으로서 우리 학생들의 힘듦을 분담하지 못해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간곡히 말했다. 그리고는 누굴 뽑아도 좋으니 제발 투표하라고 했다. 투표가 없이는 정치인들이 절대로 학생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을 거라고 했다.
대학생 정책 질의에 일곱 번이나 '기다려 달라'라고 말한 나경원. 이렇게 대학생들의 질문을 대충 넘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투표율 때문이다. 20대의 투표율이 낮으니 사실 그들 입장에서는 별로 신경 안 써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지금 당장 자신들에게 표를 던져줄 수 있는 강남권이나 나이 지긋이 드신 분들만 잡으면 되는 것이다. 당연히 그들을 위한 정치 공약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학교 앞에서 천막치고 단식 투쟁을 한다 해도 저조한 투표율이라면 반값 등록금은 아마 절대 기대하기 어려울 거다. 늘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다.
2011년 여름이 지나갈 무렵, 나꼼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세훈이 여당에 남긴 셀프 그레이트 빅엿으로 인해 결국 시장 사퇴와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역사는 흘러 갔다. 그리고 사상 초유의 거대 정당과 시민 연합의 대결 구도. 안철수의 등장과 나꼼수의 돌풍. 네거티브와 그를 능가하는 역네거티브들. 트위터의 영향력. 다윗과 골리앗의 역할을 뒤집어 버린 웃지 못할 주장과 참으로 다양했던 쌍방간의 저격수들,,
2011년 가을은 참으로 역동적이고도 긴장감 넘치는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더 나아가 공정을 외치며 온갖 꼼수를 부리는 불공정한 정권 심판의 시발점이 되는 첫 걸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사실 좀 재밌기도 했다.)
시장선거는 최종 투표율 48.6%로 마감됐다. 최소 50%은 넘겨야 하지 않나 싶어 어찌나 가슴을 졸였는지,, 개인적으로 박원순 후보가 과연 시장에 적합한 인물인지는 모르겠으나 오세훈과 다를 바 없는 한나라당의 연임은 더 이상 안 된다. 공정을 외치며 불공정한 사회를 조장해 나가는 이 썩은 정권 더 이상 바라만 봐서는 안 된다. 무조건 뒤집고 이제부터 하나씩 바꿔나가야 할 때인지라 그 어느 때보다 간절히 야권을 응원했다. 대한민국 국민의 5분의 1이 서울 시민이다. 천만 명의 시민들과 직결되고 나라의 수장으로 이어갈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서울 시장이라는 자리에 더 이상 본질은 상실한 채 껍데기만 있는 디자인을 부르짖고 가진 자들과 기득권만을 위한 행정을 펼칠 인물과 배후가 앉아서는 안 된다. 또 다시 오랜 시간 동안 절망의 한숨을 내쉴 수는 없다.
서울 시민이 아닌지라 투표를 할 수 없으니 독려라도 해야만 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박원순을 뽑으라고 말 한적 단 한번도 없다. ‘누구든 좋으니 투표만 해라’였다. 투표도 하지 않고서 어떠한 결과가 나오던지 무책임하게 불평만 하고 있는 것처럼 찌질한 행동이 어디 있을까?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고서 결과에 불만을 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야권의 멘토로 적극 나선 조국 교수에게 홍준표 대표는 학자로서 학생들이나 가르칠 것이지 그 본분에는 소홀하며 정치에 참견한다고 주장했다. 얼마나 위기감을 느끼고 있으면 이런 말을 할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홍반장의 발언이었다. 투표를 참 두려워하는 정치인들이다.
민주주의란 국민 개개인이 나라의 주인 된 힘, 즉 주권을 행사하는 이념과 체제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삶은 정치나 다름 없다. 살아가는 것이 정치요. 살아가기 위해 정치를 한다. 조국교수를 포함한 수많은 멘토들은 제자들에게 또한 수많은 대중들에게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으로서 가장 원초적이며 정당한 권리의 행사를 이끌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들뿐이던가? 여러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 모두가 서로와 주위를 독려했다. 그런데 투표하자는 말 한마디에 무조건 좌파라고 선을 그어버리고 싸잡아 욕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뇌를 가지고 있는 건지,, 투표 당일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에 디도스 공격 흔적이 감지 된 것을 보고 북한을 거론하는 언론들은 무한도전보다 더 웃기다.
이제 시작이다. 곧 내년에 총선이 있고 대선이 있다. 48.6%에서 그치면 안 된다. 60이 넘어 70%로 가는 그날까지 서로를 그 놈의 네가티브가 아니라 파지티브하게 독려할 수 있을까? 이건 너무 이상적인가?(히히)
새로운 박원순 시장. 우리 손으로 뽑았으니 못하면 못하는 대로 차갑게 깔 충분한 권리가 있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무한 격려도 해주자. 가장 우려되는 것은 바로 승리의 기고 만장. 시민들은 박원순 후보가, 민주당을 위시한 범 야권이 예쁘다고 뽑아준 것이 절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절실한 변화의 염원임을 잊지 말고 재발 초좀 치지 말자.(특히 민주당, 너! 하여간 민주당은 다된 밥에 재 뿌리는 재주 하난 최고였으니,,)
PS.
블로그를 시작하며 나만의 성스러운 이 공간엔 절대로 정치얘긴 하지 않는 다가 암묵적인 철칙이었지만, 어느 때부턴가 무관심이 되려 무책임한 잘못임을 알게 된 이후로,,,
블로그를 시작하며 나만의 성스러운 이 공간엔 절대로 정치얘긴 하지 않는 다가 암묵적인 철칙이었지만, 어느 때부턴가 무관심이 되려 무책임한 잘못임을 알게 된 이후로,,,
오늘 본 트윗 중 눈시울을 붉게 했던 이야기. 만삭의 임산부가 '이거 안 되겠네' 하면서 무거운 몸 이끌고 투표하러 간다는 소식. 투표 마감 얼마 남기지 않고 구둣발의 직장인들이 투표장으로 뛰어가고 있다는 소식. 야권은 제발 이러한 노력을 잊지 말아 주길..
선거에 이겼어도 출근은 출근대로 등교는 등교대로,, 개떡,,
선거에 이겼어도 출근은 출근대로 등교는 등교대로,, 개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