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새벽 추위를 뚫고 호텔 아르바이트를 뛰고 왔다.
두 시간여나 일찍 일이 끝나는 바람에 여유롭게 한의원에 가 무릎에 침도 맞고 생각보다 꽤 많이 나온 가스비도 내고 세탁기를 돌리는 등 소일거리를 한다. 그리고, 무엇을 먹을까? 장을 봐야 하는데, 생각해보니 냉동실에 치킨너겟이 있다. 가끔 나름대로 그럴듯한 요리를 해먹지만, 평소 자취생의 밥상은 몇몇 마른반찬과 김치 그리고 햄 몇 조각과 김이 전부. 사실 이 정도도 매우 훌륭하지. 수많은 남자 자취생들이 라면만 먹고 사는 걸 보면 말이다. 치킷너겟이면 되겠다 싶어 가스레인지를 켜려는 순간 누군가 바로 옆의 현관문을 쿵쿵 두드렸다. 생각지도 않은 두드림에 놀라고 그가 내려놓은 포장물에 더욱 놀랐다.
2010년 초쯤이었을까? 트위터를 막 시작하고 얼마 안돼 알게 된 누나. 처음부터 이 누나가 좋았다. 이 누나와 오래도록 인연을 맺고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마도 그녀의 짧은 글에서 묻어나는 순수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정말이지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 중 가장 착하고, 순수한 사람이라고 주저 없이 생각하곤 하는 누나다. 그 누날 더 좋아한 이유는 바로 목소리 때문인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누나의 목소리가 얼마나 좋은지 본인은 알고 있을까? 라디오의 목소리 하면 나는 주저 없이 ‘푸른밤’을 진행했던 문지애 아나운서를 최고로 치곤 하는데 그것을 뛰어 넘은 순수함으로 가득 찬 목소리라 생각했다.(후훗) 출사 정모를 통해서, 또 다른 계기들을 통해서 오프라인에서도 가끔 만나곤 했었다. 그런데 언제쯤이었을까? 트위터를 통해 서로 알고 지내던 우리 모두에게서 남겨두고 그녀는 사라져버렸다.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나가버렸다. 몇 번 연락을 취해보려고 노력해봤지만 오랜 시간 묵묵부답이었고 나는 인터넷을 통한 인연의 한계를 다시 한번 느끼며, 너무나 쉽게 사람을 잃은 것에 많이 안타까워했었다.
그리고 지난 구월. 분명 어디선가 본듯한 케로로 사진을 사용하고 있는 트위터리안이 나를 팔로우 했다. 엇! 이사람은? 누나 맞지? 그렇지?
알고 지낸 모두를 뒤로 하고 나와, 역시 각별했던 다른 누나, 우리 둘에게만 연락을 취하며, 그렇게 나타났다. 날 조금은 특별하게 여겨주었구나 하는 마음에 어찌나 고맙고 반갑던지… 연락이 닿자마자 누나에게 말했던 것은 다음에 다시 사라지려면 마지막 인사는 꼭 하고 가라고 것이었다.
그리고 아직까진 사라지지 않았지. 히히 : )
모습을 보여주고 연락의 끈을 붙잡아 준 것만으로 고마운데 자취하는 동생 고생한다며 이런걸 다 보내준 제멋대로인 누나. 진짜 제멋대로다.
고마워,, 정말,,
생전 처음 써보는 일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