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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기억의 조각






삶의 한가운데, 감동이 유독 잦은 때가 있었습니다. 때없이 목이 메던 순간들 말입니다. 그 모든 소리들, 그 모든 풍경들, 그 모든 사람들이 저를 목메게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스무 살 전후해서 그 후 몇 년간. 누구나 가슴 벅차고 그만큼 괴로웠을 생의 한가운데. 그런 때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뜸하게 찾아옵니다. 생의 모든 순간은 단 한 번 왔다 가는 것. 헤어진 지 몇 년 만에 누군가를 만나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음악을 들으며 똑같은 차를 마셔본들 느낌은 전과 같을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전혀 다른 존재와 서로 만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 윤대녕, 그녀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것들 中





많은 사람들은 나에게 여전히 그리워하는 것 같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아주아주 가끔은 과거의 좋은 추억들이 불현듯 떠오르거나 혹은 떠올리지 않을 사람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 누구나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기억들. 현재 누구와 함께 있든 간에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야기들이 문득 떠오르는 것. 그들 말대로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그저 소중한 기억의 한 조각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지금 다시 만난들 우린 서로에게 전혀 다른 존재이리라. 다시 사랑하게 된들 어쩌면 전혀 다른 사랑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