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부터 가지고 있는 지극히 주관적인 명제가 있다. 가격대비 최고의 짜장면은 바로 짜파게티라는 것. (반드시 '올리브'가 들어가야 한다. 짜짜로니 아니다! 처음에는 아마도 유니 짜파게티였었지..)
15년쯤 지났지만 이 명제는 앞으로도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다. 모두가 믿지 않았던 것처럼 짜장면의 블랙스완같은 존재가 나오기 전까진 말이다. (뭐 그래도 신라호텔이나 광주 신락원의 짜장면, 고추참치를 넣은 사천짜파게티가 위협적인 건 인정한다.)
조리 또한 얼마나 간편한가? 가스레인지와 냄비가 없을 땐 봉지에 바로 뽀글이로 먹어도 되지만 당신의 자식과도 같은 정자를 걱정한다면 사기 그릇에 면과 건더기 스프를 담아 뜨거운 물을 붓고 전자레인지에 딱 1분 40초만 돌리자. (기호에 따라 20초쯤 더, 혹은 덜 돌려도 된다.) 그리고 당연히 물을 버려야지. 이 역시 기호에 따라 남기는 물 양을 조절할 수 있다. 혹자는 약간 싱겁게 먹더라도 나중에 밥 한 숟갈 비벼먹을 수 있게끔 물을 많이 남기지만, 밥을 위해 짜파게티의 맛을 반감시키는 것은 짜파게티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는 게 개인적인 견해다. 물을 빼는 과정에서 고기 건더기가 같이 흘러나왔을 땐 마음 참 아프니 천천히 물을 따르는 인내가 필요하다. 안다. 그 순간만큼 배고프고 지루한 시간이 없다는 거. 그러나 우린 프로 아닌가? 마지막으로 분말스프와 올리브유를 넣고 마구마구 저어주면 끝! 이렇게 간편한데 맛은 정말 끝내준다. 참치를 넣어 먹으면 금상첨화! 그러나 본인 경험상 라면처럼 짜파게티에 달걀을 풀어 넣으려는 건 몸을 던져 막고 싶다.
도시락 부담을 덜어주는 짜파게티. 호주에서도 변함 없는 그 맛.(참고로 수출용 너구리엔 다시마가 없어 왠지 한국보다 덜 맛있는 것 같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이 짜파게티를 사랑하는지, 이런 관용어도 있지 않은가?
"일요일엔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