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폭풍우가 몰아친 한 달 전, 우리 집의 다섯 자동차 중에서 세 대가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멈춰버렸을 때에도 가장 오래된 이 녀석은 단 한 번도 주인을 당황하게 하지 않았다. (깜찍한 시리온 녀석은 도로 한복판에서 방전돼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벌써 안겨주었다만...) 그러나 녀석은 나보다 가솔린을 더 좋아했고 나는 녀석보다 카메라를 더 좋아했다. 이것이 우리가 헤어질 수밖에 없던 이유였다. 고작 7주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그새 정이 들어버렸나 케냐에서 온 샘이 널 데려가는데 자꾸만 쳐다보게 되더라. 네 덕에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었고 문제없이 출퇴근을 할 수 있었다. 좋은 주인과 함께 오래도록 달리렴.
안녕, 팔콘.
팔콘 뒤의 깜찍한 차는 다이하츠 시리온이다. 이미 사기 전부터 창문이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던지라 팔콘을 팔기 전에 시리온의 창문을 고치려 카센터에 맡겼는데 전자식이다 보니 고치는 과정에서 배터리를 많이 써야 했나 보다. 고치던 중에 방전된 모양인데 오래된 배터리다 보니 점프로 살려 놓아도 좀처럼 충전이 되질 않아 시동이 꺼지면 다시 죽기를 반복했었다. 어느 정도 사고가 예상됐기에 점프 선을 챙겨간 게 천만다행이었다. 결국, 퇴근길 도로 한복판에서 멈춰 서버렸지만, 반대로 차를 세워 도와준 호주 청년 덕에 집까지 올 수 있었고 나는 그날 밤 배터리를 손수 갈아주어야만 했다. 시동이 잘 걸린다. 온종일 노랗던 하늘이 파래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