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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근사한 일






지금 한국은 그렇게 더운가? 많은 이들이 덥다 덥다 하지만, 사실 실감이 잘 나질 않는다. 짧다면 짧고 어쩌면 조금은 길 수 있는 스물몇 해를 겪어 왔지만, 그 뜨거웠던 여름을 이겨내고 나면 그렇게 덥고 지겨웠던 시간들이 느껴지질 않고, 발가락을 떼어내고 싶던 겨울의 추위 역시 지나가 버리면 아무리 노력해봐도 당시의 차가움이 느껴지지 않더라. 문득문득 들려오는 연인의 목소리나, 눈을 감아야 비로소 보이는 추억의 모습과는 달리, 그저 '지난여름의 더위는 어땠지.' '그해 겨울은 정말 대단했어.'라며 날짜와 온도의 몇몇 숫자에 근거한 기억만 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정말 다행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징그러운 여름과 꽤 멀리 떨어져 있고 지금의 손, 발 시림으로 충분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