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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mm

시인과 화가








구상 시인의 서재에는 담뱃갑의 속지인 은박지에 연필로 그린 천도복숭아 그림이 걸려 있다. 그가 폐 한쪽을 들어내는 큰 수술을 겪고 있는 동안의 일이다. 단짝 이중섭 화가가 병문안을 왔는데 돈이 없어 결국 빈손이었던 게다. 고통스러워 하는 시인을 보다못해 무얼 먹고 싶으냐고 물어 그려준 게 바로 그 복숭아 그림이었다. 고작 은박지 위에 연필로 그리는 그림이 가난한 화가가 할 수 있는 전부였지만 시인은 친구의 애타는 마음을 너무 잘알아 남은 생애 동안 가장 가까이에 두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