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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mm

겨울, 제천









새벽 세 시가 넘어버렸지만, 여전히 잘 생각은 않고 옅은 음악과 함께 웬일로 오래된 사진첩을 뒤적거리고 있다.


둘이 있으면 왠지 어색한 상대와 편한 대화를 나누기는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아는 무언가를 말해야겠다고 전전긍긍할 필요 없이 상대방이 아끼거나 좋아하는 것에 대해 물으면 그만인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음악을 묻고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사진을 물어보라. 테이블의 맥주가 줄어드는 건 그저 시간문제일 테며, 막차를 타기 위해 방정맞게 뛰어야 할 수도 있다. 좋아하는 것을 말하는 이의 빛이 나는 눈빛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지곤 한다.


"아주 예전에 찍은 사진들을 찾아봐. 물론 실망도 할 수 있지만, 분명 재밌을 거야."

사진을 좋아하는 이에게 사진을 물었고 열변을 토했던 그가 했던 말이 이 늦은 밤에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