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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은어낚시통신 // 어딘가로 가야한다.


그렇지 않을 내용이라는 거 빤히 짐작하면서도 단편, 단편을 읽을 때마다 자발적이든 무언가에 홀렸든 자취도 없이 떠나간 사람들이 결국 돌아오기를 바랬던 것 같다. 뒷모습이 너무 외로워 보여서 곧장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다시 밥 한술 떴으면 하는 바람이었나? 작품에서 한 가지 확실하게 그리고 있는 건 결국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과연 작품 속 인물들은 무엇을 찾아 그렇게 떠나야만 했을까? 어떤 존재의 시원을 가리키는 이상향을 찾아 떠난 것인가? 그들만이 깨달은 삶의 본질인가? 역마살이 서린 인간의 숙명 때문일까? 혹은 기계적이며 나태한 현실 안주에서의 도피인가?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든 가장 큰 물음은 그것이 무엇이 됐든 모든 걸 다 버리고 갈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것과 또 역으로 나라는 한 인간이 짊어지고 가는 것들이 과연 얼마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각 단편의 인물들이 돈, 사랑, 도시, 가족, 나태함과 자존심 등 그들 세계에서 존재하는 인생의 부산물들을 떠나가 버림으로써 작가는 나를 잡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모든 것'이라고 깡그리 묶어 말하기에는 얼마나 많은 가치가 서로 상대적인가? 그러니 홀연히 들어온 말을 타고 훌쩍 집을 나가거나, 머릴 밀고 세속을 떠나기도 했지만, 바다로 나갔다가 강물로 돌아오는 은어처럼 소홀했던 것들에 되돌아온 것이기도 했을 테지..


어쨌든 그들은 늘 홀로 고민했고 홀로 떠나야만 했다. 뒷모습이 그리 쓸쓸하게 느껴졌음은 작가의 솜씨라고 더 설명할 길이 없지만, 결국 혼자서 걸어야만 하는 길이 분명히 있고 그 길은 고독할 수밖에 없다.




"그럼 어딜 가려구요?"

"그래 어디로든 가려고 해."

"거기가 어딘데요?"

"몰라. 그냥 곧장 가보는 거지."


- 말발굽 소리를 듣는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