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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바람이 좋았다










행복의 순간을 잠시 접어두고 오랜 친구를 만났다. 여름 들어 녀석은 연애를 시작하고 있었는데, 사귀기 시작한 지 아직 두 달도 채 안 됐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지 연신 웃고만 있다. 서로에게 많은 걸 털어두는 사이인지라 녀석의 어머니도 연애를 시작하셨다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해주었다. 삼십 년도 채 살지 않은 나는 오십 대의 감정을 제대로 알 수 없지만, 제 어머니를 말하는 녀석의 모습에서 그 설렘이 느껴지니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단계는 이십 대든 오십 대든 다 똑같나 보다.


어쨌든 나는 바람이 참 좋았단 말을 남기고 싶었다.

인적 없는 도서관 뒤뜰 벤치에 누운 채로 저물어 가는 하늘을 보며 친구를 기다리는데 차갑지 않은 바람까지 불어오는 게, 세상에!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은 느낌이 울컥 들었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