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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화요일

















































사진보단, 갤러리 한편에 놓인 멈춰버린 시계와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트렁크를 더 오래 바라본








작년과는 달리 올해부터는 될 수 있는 대로 화요일을 의미 있게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월요일에 일을 하지 않으면서 나를 위한 하루를 보내기엔 미술관도 고궁들도 대부분 휴관을 하는 탓이다. 

그러나 지난가을은 벌써 까마득한데 쌓여있는 일거리들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이고 게다가 어젠 보드까지 타고 왔기에 화요일인 오늘도 나는 눈을 뜨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좀비처럼 일을 해야 했다. 저녁 일곱 시가 돼서야 샤워를 하면서 눈곱을 떼었으니 참 드럽게도 산다.


손에 잡히지도 않고 눈까지 침침해져 하던 일을 멈췄고 늦었지만 나의 화요일을 보내기 위해 외출을 했다. 그야말로 억지로 나선 길. 그런데 날이 이렇게 추웠나. 

커피와 밀크티를 마시며 스톡홀름을 아꼈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일기도 조금 썼다. 좋아하는 작가님의 단편 하나를 읽었고 서교동의 작은 갤러리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오늘도 역시 들어가진 못하고 창밖으로 남의 작품을 몰래 엿보기만 하면서 내년쯤엔 그 작은 갤러리의 벽면을 내 사진으로 채우고 싶다는 바람만을 품었다. 


휴대폰 내비 김기사는 늘 양화대교를 건넌 후 올림픽대로를 타라고 나오지만, 집으로 갈 때만큼은 무조건 강변북로다. 10분이나 단축. 멍청한 김기사. 

집에 도착하니 자정이 넘었고 나는 다시 일을 시작했지만, 억지로라도 쉰 것은 꽤 잘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