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전 제주에 왔을 때는 지금 제가 봐도 안 믿길 정도로 머리카락이 길었답니다.

이마와 등에 가득 땀을 흘리며 의외로 힘들게 오름에 올라(흰 바지라니. 이미 옷차림부터 오름을 오르기엔 꽝이었지요.) 바람을 맞닥뜨렸을 때의 행복감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지요. 마라도를 이해하려면 섬에서 태풍을 직접 경험해보아야 한다고 누군가 그럽디다. 마라도뿐이겠어요. 바람을 빼놓고 제주를 이해할 순 없습니다.

오늘 제주의 해안을 따라 한 바퀴 길게 돌면서 예전에 길었던 머리카락을 조금 그리워했답니다. 바람이 불었거든요. 내가 가진 것 중에서 바람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것은 머리카락이고 머리카락의 길이는 왠지 자유의 척도인 것 같습니다.

머리가 길면 자유롭다니. 사실 말도 안 되는 생각입니다. 개똥 같은 거죠. 원빈 아니고서는 우리 한국 남자들 그냥 머리 자릅시다. 그게 그나마 잘 어울립니다. 우리에겐 이게 진실이라 유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