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를 좀 더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책을 읽어서도 아니고, 재활용품을 주우러 다녀서는 더더욱 아니고 ‘신과함께’라는 만화를 보고 나서였다.
플라스틱, 종이, 병, 캔 등을 종이 가방 등에 모아 집 앞에 두면 이 추운 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리어카를 끌고 다니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어느샌가 가져가시는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런 재활용품을 따로 모아 밖에 두는 것만으로도 그들을 돕는 일이니 가져가시고 알아서 분리하시라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 얼마나 건방지고 싸가지 없는 놈이었던가. 나는,,
폐지 시세가 1kg에 90원쯤이라는 사람도 있고 170~80원이라는 사람도 있다. 아무튼 1kg에 200원도 안 되는 건 확실한 것 같으니 10kg를 모아봐야 고작 2000원 미만인데 그 2000원을 위해서 제발 따뜻한 곳에서 두 발 뻗고 편히 지내셔야 할 분들이 하루 종일 무거운 카를 끌고 도로 질주도 마다하지 않으며 동네 곳곳을 누비시는 것이다. 남이 읽다 버린 신문을 줍기 위해 지하철 쓰레기통을 뒤지는 건 물론이거니와 출근길로 북새통인 전동차 안을 얼마나 비집고 돌아다니시는가? 내 몸과 부딪혔다고 지난날 속으로 얼마나 기분 나빠했던가?
그저 별생각 없이 재활용을 뭉뚱그려 모아 버렸었다. 그런데 아주 조금만 더 노력을 기울여서 종류별로 나누어 놓기라도 하면 고생하시는 어르신들의 수고를 덜어드릴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은 왜 전혀 하지 않았을까?
만화 몇 페이지에 부끄러워 지는 밤이다. 만화건 신문 한 장이건 날 둘러싸고 있는 것들은 오늘도 날 너무 부끄럽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