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리

The Melody at Night, with You

Keith Jarrett Trio / Blame It on My Youth / Live in Tokyo 1986








공연에 앞서 김현준 재즈비평가는 이런 말을 했다. "한국인들은 연주 후의 잔향을 즐기는 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연주가 끝날 때쯤 터지는 우레와 같은 박수도 물론 나쁜 건 아니지만, 마지막 소리 하나까지 듣고 난 후에 환호해도 결코 늦지 않아요."

정말 그렇더라. 키스 자렛의 마지막 손가락 움직임에서 나오는 희미하고 섬세한 울림이야말로 연주의 정점이었다. 모든 소리가 공기를 타고 흐르다 소멸해 적막에 이를 때까지의 그 짧고도 긴 시간을 기다려 주는 건 연주자나 청취자뿐 아닌 음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다.


유수의 피아니스트들이 건반 위를 뛰논다면, 키스 자렛은 연주는 마치 피아노와 섹스를 하는 것만 같다. 몸짓 하나하나까지도 예술인 거장의 움직임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에 휩싸이게 하였다.

간절히 염원했었던 키스 자렛이었기에,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여운은 아쉬움이 되어 깊어만 간다. 꿈같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