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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mm

화가가 있던 자리

































지나가는 길에 어깨너머로 노화백의 팔레트와 붓질을 훔쳐본 기억은 비단 나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 테다. 돌담을 갤러리 삼고 능숙하게 그림을 그리다 행인의 말 한마디 전해오면 매번 넉살 좋게 답해주는 노화백은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운 덕수궁의 한 풍경이었다.



작년 봄이었을까? 

함께 길을 걸었던 엄마는 아이처럼 그림들을 좋아했고, 칭찬에 흥이 난 노화백의 입꼬리가 번지니 볼 위의 검버섯이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들보다 덕수궁길의 노화백 같은 분들이 진짜 랜드마크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노화백의 부고 소식을 들은 건 며칠 전 광화문을 지나면서였다.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