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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이 언제예요? East Perth '내사람'들의 생일을 가장 먼저 적는 것으로 일기장을 채우기 시작합니다. 새롭게 추가되는 이름도 그러나 애석하게도 다음 해의 일기장에서 사라지는 이름들도 몇몇 있어요. 그들은 모를 테지만 나름의 내사람 차별화랄까요? 별나죠. 그렇게 적혀진 몇몇 아니면 일부러 생일 축하를 거의 잘 하지 않는데, 평소엔 별 관심도 없다가 페이스북이 등에 툭 던져지는 듯한 생일 날짜를 보고는 별생각 없이, 의례처럼 건네는 건조하기 그지없는 축하는 받는 것도 해주는 것도 싫어서예요. 생각처럼 쉽지 않은 '누구를 기억한다'는 행위는 어쩌면 상대방을 향한 가장 원초적이고 진실한 첫 마음가짐일는지도 모르겠어요. "생일이 언제예요?"라고 조금은 쑥스럽게 묻는 말이 얼마나 설레면서 뿌듯한 것인지 당신은 아나요? 생일.. 더보기
오페라 하우스 Opera House, Sydney, Australia 호주를 떠난 지 넉 달이 지난 지금 사진들을 느릿느릿 편집하며 하는 생각은 그때 왜 더 열심히 찍지 못했을까? 도대체 열정은 어디에 있었나? 더보기
봄봄 들풀 깔린 흙길은 사랑스러웠다. 바쁜 학기 중임에도 일부러 집에 내려가 가족들과 꽃구경을 다녀왔다. 구례서부터 하동의 화개장터까지 그림 같기만 한 꽃길을 느릿하게 달렸더랬다. 평일인데도 발 디딜 틈 없이 복잡하기만 했던 쌍계사를 곧 떠나와 꽃길 따라 물길 따라 들어간 객 없는 구례의 어느 시골 마을은 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온전히 마을 사람들만을 위한 보물 같은 곳이었다. 옆으로는 개나리꽃 만발한 하천이 있었고 하천과 마을을 구분하는 둑위엔 작은 벚나무들이 양 갈래로 늘어져 봄만이 낼 수 있는 풍경을 보이고 있었다. 어느 집에서 저리 부지런히 내어놓았는지, 찹쌀 가득 올려진 김부각은 봄바람에 설핏설핏 말라간다. 시절 만난 벌들은 만개한 벚꽃 사이를 요란하게 날아다니며 도대체 이 지천으로 널린 꽃 .. 더보기
안개꽃 흔히들 안개꽃은 다른 꽃 주위를 둘러싸는 꽃으로 생각해버리지만, 그 친구는 유독 안개꽃을 좋아했다. 그녀 책상 위에 안개꽃 한 아름 올려두고 떠나온 게 4년 전이다. 더보기
헌혈의 추억 대한적십자에서 주는 은장을 탄 뒤 헌혈하고 싶다는 생각이 뚝 떨어져 미루고 미룬 게 햇수로 3년이었다. 그 시간이 길면 또 얼마나 길다고 그새 많은 게 변해있었는데, 초코파이의 포장은 시대를 역행해 다소 촌스럽게 변해있었고, 헌혈 전 자신의 몸 상태에 관해 직접 종이에 작성했던 방법은 이제 마우스 클릭이 대신했다. 헌혈을 하면 주었던 3000원짜리, 5000원짜리 문화상품권을 모아 음반을 사모으는 것도 작은 즐거움이었지만, 언제부터인지 문화상품권은 더는 주지 않는 것 같았다. 대신 무명으로, 원한다면 내 명의로 소정의 금액을 어려운 국가나 사람들을 택해 기부할 수 있는 사은품 아닌 사은품이 생겨났는데, 질도 나쁘고 있어도 안 쓸 화장품이나 손톱깎이 세트를 받아오느니 이왕 좋은 일 하는 거 조금이라도 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