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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바람 1박 2일이었다. 아무리 한반도와 가까운 칭다오라지만 고작 25시간여만 보내고 귀국했어도 크게 아쉽지 않았음은 순수하게 오랜 지인을 만나 그간의 안부를 묻고 한 테이블에 앉아 함께 저녁을 먹겠다는 작은 바람을 이루었기 때문이다.마음 둘 곳 없어도 너무 없는 요즘의, 또 나란 사람이 가진 연약한 인간관계 속에도 단 하루라도 좋으니 바다 건너가기를 망설이지 않을 친구가 있다는 건 대체 얼마나 귀한 일인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다. 더보기
희망적인 것 HongKong 네온사인은 촌스럽다. 그러나 촌스러운 것들이 모여 하나의 근사한 풍경을 만들어 내니 이러한 사실마저도 꽤 희망적이라 생각했다. 더보기
시인과 화가 구상 시인의 서재에는 담뱃갑의 속지인 은박지에 연필로 그린 천도복숭아 그림이 걸려 있다. 그가 폐 한쪽을 들어내는 큰 수술을 겪고 있는 동안의 일이다. 단짝 이중섭 화가가 병문안을 왔는데 돈이 없어 결국 빈손이었던 게다. 고통스러워 하는 시인을 보다못해 무얼 먹고 싶으냐고 물어 그려준 게 바로 그 복숭아 그림이었다. 고작 은박지 위에 연필로 그리는 그림이 가난한 화가가 할 수 있는 전부였지만 시인은 친구의 애타는 마음을 너무 잘알아 남은 생애 동안 가장 가까이에 두고 보았다. 더보기
우리의 수준 국정원의 선거 개입 흔적 하나하나가 역겹기 그지없는데도 큰 누나의 지지율이 70%가 넘었다지? 이래서 언론이 무서운 거다. 매스 미디어의 의제설정 효과를 징그럽게도 잘 이용해 먹는 그들. 그리고 지금 우리의 수준, 딱 이만큼. 더보기
비 내리던 야시장 Qingdao 낮의 뿌연 하늘을 떠올리니 흙이나 중금속이 섞였을지도 모르겠다. 영 개운하지 못한 석연찮은 비가 내림에도 야시장 앉은뱅이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인 한족, 조선족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여자는 남자에 대한, 남자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 칭다오에서 칭다오 맥주를 마시는 것은 정말이지 촌스러운 일 아닌가? 다른 테이블 위에 쌓여가는 노산맥주병들처럼 나도 자연스럽게 양꼬치 앞에 두고 노산맥주 한 병 비웠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