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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적인 사실 하루가 꽤 길었다. 그러나 그 길었던 시간까지도 압도할 정도로 땀을 많이 흘리고 났더니 남은 건 암청색 셔츠 위의 허연 소금 자국들과 지독한 다리 통증, 맥주에 대한 갈증과 그리움.. 상대적이겠지만 나름대로 불안한 여름을 살고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졸업과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월세 마련에 급급한 빈약한 여름철의 일거리들, 거기에 자꾸만 사람들을 밀어내려는 천성까지 더해져 뚜렷하지 못한 채 살고 있는 하루하루가 가뜩이나 지루한 여름철을 비루하게 만들어 내는 중이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 가뜩이나 눈부시게 맑은 날씨라고는 찾기 힘든 요즘인데.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어떤 목표가 절실한데, 목표란 것이 달성을 위한 과정도 쉽지 않지만, 목표 자체를 세우는 것 또한 매우 어려운 일임을 깨닫고 있다. 문제는 자.. 더보기
비현실적인 평화 주인 모를 목장 울타리를 넘어들어가 몸을 숙이고 서둘러 달렸더니 근처 우거진 덤불 사이에서 봄을 만끽하던 야생 캥거루가 황급히 놀라 그 무거워 보이던 몸뚱어리, 폴짝폴짝 잘도 뛰어 도망가더라. 언제 설지 모르는 불안하기만 한 차를 타고 야심 차게 떠난 남쪽 여행길. 그러나 종일 흐린 날씨가 야속하기만 했는데, 금은보화보다 값진 파란 하늘이 느닷없이 나타났던 그곳엔 비현실적인 평화만이 가득했다. At Margaret River 더보기
La Ventana / Pause at Midnight(Live) Space 공감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자정이 과연 존재할까? 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많은 현대인이 오늘도 제각각의 불금을 존중하고 철석같이 지키는 중이지만, 나는 모든 장소 마다하고 방구석에 앉아 있다. 몇 년 만에 반가울 여럿을 볼 수 있는 자리가 한창 무르익었을 테지만, 아쉽게도 내일의 일이 너무 강행군인 까닭이다.그리고 그냥 조용하게 라벤타나 음악만 듣는 것도 충분히 좋잖아? 더보기
묶음 완성된 한 묶음을 더 좋아한다. 완성된 한 권의 시집, 완성된 한 편의 영화 그리고 완성된 음반. 그래, 특히 음악 말이다. CD와 같은 물리적인 형체를 잘 갖추지 못한 디지털 싱글은 영 별로란 말이지. 더보기
Le Havre // 자극에 대하여 어느 때부턴가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자극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자극적으로 (그것도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영화, 드라마의 줄거리도, TV 속 배우들과 가로수길을 도도하게 걸어 다니는 젊은이들의 의상도, 그림, 음악 등 소위 예술이라 불리는 것들에도 '자극적인' 무엇인가가 느껴지지 않으면 놀랍게도 '시시한 것'으로 전락하기도 하는데 심지어 먹는 음식들까지 미친 듯이 맵거나 달아야 주목을 받으니 슬그머니 헷갈리기 시작한다.시각이든 후각이든 어떤 감각이 됐든 자극적인 것들이 꼭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자극물들의 습관적인 노출로 점점 '자극'의 기능을 상실해 가는 인지적 변화는 분명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문제인 것 같다. 자극에서 무뎌진다는 건 곧 감성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