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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누군가를 만났을 때 가장 유심히 살펴보는 의복은 바로 신발이다. 지면을 수십만 번 디디며 닳아야 하는 기구한 운명을 지닌 신발은 그 사람에 대한 가장 거짓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외양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것은 그리 현명한 방법이 아니지만, 다행스러운 점은 신발을 통해서 주로 그 사람의 긍정적인 부분을 바라본다는 것인데 물론 예외는 있다. 가진 게 돈밖에 없는 사람일지라도 명품 로고로 도배된 신발은 비싼 값에 비례하는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요, 심지어 스타일로도 꽝이기 때문에 그런 신발을 고집하는 것은 허세 또는 정말 패션 감각이 떨어진다고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다.(구찌 스니커즈는 정말 최악이다.) 진정한 명품은 드러나는 로고 없이도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해야 한다. 집안 사.. 더보기
차 좋아하세요? 차(茶) 좋아하시나 봐요? 라는 질문을 들었던 밤이었다.막 자려고 불을 끄고 누운 참이었다. 차..업무에 지친 직장인이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 뽑은 자판기의 300원짜리 커피나 인사동을 거닐던 객이 발걸음을 멈추고 들어와 앉은 전통찻집의 차를 찬찬히 들고 마시는 즐거움을 과연 누가 마다할까? 그러나 좋아하느냐의 요지는 단순히 차의 맛이 아닌 물을 끓이고 준비해둔 차나 커피를 내리는 사소한 행위를 즐기고 아끼느냐는 것일 테다. 물을 끓이고 손수 간 커피 원두나 잘 마른 찻잎을 모아 필터로 걸러내며 차를 만드는 과정은 지극히 쉬운 일이나 사실 해보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최소한의 기구들을 구매해야 하고 맛을 까다롭게 신경 쓰는 차 애호가라면 천차만별인 커피와 차의 세계에서 인내를 가지고 내 취향의 그것을.. 더보기
고래 어린 시절의 내겐 '그러나 지금은 고래가 있다'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까마득한 날 땅과 바다를 군림했던 공룡들까지도 압도할 수 있는 크기를 자랑하는 흰긴수염고래가 인간의 세상에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이 자못 우쭐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펠레와 마라도나의 세대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메시와 호날두의 세대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요즘 젊은이들의 그것과 비슷하다랄까? 고래를 유독 좋아했다. 아빠와 나, 동생이 늘 빼놓지 않고 보았던 프로그램은 '밥 아저씨의 그림을 그립시다'와 '동물의 왕국'이었고 동물의 왕국 중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프로그램은 고래에 관한 것이었다.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바닷속은 지금도 두려운 곳이지만 고래만 보였다 하면 안도하곤 했음이 그 커다란 몸뚱이로 보는 이의 두려움까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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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su x USS2 1314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는 남자 키가 있단다. 170. 그게 바로 내 키다. 그러나 난 상대적으로 작은 내 키를 부끄럽다 생각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늘씬하고 장대 같은 애인들을 사랑했다.(러블리 가로수길)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었 음은.. 카메라 앞에 서는 느낌 아니까ㅋㅋㅋ 더보기